자기소개를 할 때마다, "영문과면 영어 잘하겠네요." 라는 말을 질리도록 들어왔습니다. 하지만 그 전에, 영문과는 '영어로 된 인문학'을 배우는 곳입니다. 그리고 인문학은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학문입니다. 저는 영문학과를 전공하면서 여러 현상들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.
문화콘텐츠학과를 다전공하면서는, 연예인과 음주에만 치우친 놀이 문화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.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만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.
교환학생으로 네덜란드에서 지내면서, '공간' 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. 우리나라 청년들은 주로 부모님과 함께, 혹은 좁은 자취방에서 살기 때문에 늘 다른 어딘가에서 친구를 만나야 합니다.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, 파티를 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낯설었습니다. 또한 다시 돌아오기에는 힘든 네덜란드의 여러 공간들과 작별인사를 하며, 저는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, 사람과 공간 사이에도 정이 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.
상모를 만들자는 한 친구의 제안은, 이러한 경험과 생각들을 해온 제가 자석이 되어 당긴 것만 같았습니다. 알게 된 지 두번째만에 받은 제안이었음에도 저는 아무 망설임 없이 함께 하기로 결정했고, 이 결정은 저의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.
그 이후 상모를 비롯해 작지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저는 인문학, 문화, 공간, 그리고 제 자신이 가진 힘을 더더욱 믿게 되었고 앞으로는 이 힘을 더욱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.